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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ren of The Holy Emperor (peakness)

Summary:

Children of The Holy Emperor

but raws from Chapter 470-504

(since there's already translations/raws up to 469 & translations starting from 505 👍)

PLS UNHIATIUS AUTHOR-NIM🙏

Chapter 1: 470. 축언 (10)

Chapter Text

470. 축언 (10)

다샤는 다른 고아들과 함께 아세인 외곽에 있는 임시 거처로 옮겨졌다.

"자,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는 여기서 마음껏 쉬어라, 꼬맹이들아! 우리 애스트로스 용병단이 기꺼이 너희들의 뒤를 봐주마! 으하하하!"

자신을 용병단 단장이라고, 밝힌 남자, 저스틴이 아이들에게 자신만만하 게 장담하며 가슴을 두드렸다.

다샤는 내심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고아들을 위해 굳이 새 건물까지 구 입하다니, 정말 보기 드물게 친절한 용병단이 아닌가!

'특약! 수도원 시설 붕괴로 인해 영지에서 임시 건물을 제공받을 시, 향 후 그 건물을 헐값에 우선 구매할 수 있는 특약!'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아들은 용병들로부터 깨끗한 의복과 질 좋은 음식 들을 제공받고, 오랜만에 빵빵하게 배를 불릴 수 있게 되었다.

'특약! 수도원을 대신해 그 기능 일부를 수행할 경우, 해당 기간 들어오 는 기부금 상당량을 양도받는 특약!'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몸을 침범했던 침식이 말끔하게 사라진 것이 가장 놀라웠다. 침식을 제대로 정화하려면, 상급 사제를 요청해야 하고, 그 대가 로 교회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특약! 침식 현상에 대한 정화나 치료비 제반을 영주에게 시장가로 청구 할수 있는 특약! 근데 그걸 바트가 한 방에 정화해 버렸죠? 이거 완전 개 히죽히죽 경박한 웃음을 흘리는 남자의 모습이 조금 수상쩍기는 했다.

하지만 아무리 또래에 비해 똑똑하다 한들, 그보다 한참은 어린 다샤가 저스틴 애스트로스의 머릿속을 알 방도는 없었다.

그렇게 전에 없던 풍족함을 즐기며, 고아들은 점점 사고의 여파를 잊어 갔다.

단지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있었는데, 다샤를 포함한 고아원 아이 들 모두가 그날의 사고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른팔 일부를 잃은 라미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팔 위로 건물 기둥이 무너져 내렸다고?"

"응, 용병단의 폴라 씨가. 그러더라. 네가 수도원 건물 아래에 깔려 있었 대. 아마 그때 팔이 잘려 나간 것 같다고.......”

"그래. 그랬구나......."

라미라는 조금 우울한 얼굴로 짤막해진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정화를 위 해 신성력 치료를 받았기 때문일까, 소녀의 잘린 팔은 어느새 아물어 새살 이 돋아 있었다.

“그래도 절단부가 팔꿈치 아래라서 다행이라고들 하던데. 팔꿈치 위쪽이 날아가 버리면 의수를 쓰기도 훨씬 번거롭고, 일상생활이 많이 불편해진댔어.”

다샤는 조심스럽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물론 졸지에 외팔이가 된 소녀에게 그 어설픈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을지는 미지수지만.

다행히도 라미라는 떨떠름한 얼굴로나마 다샤에게 웃어 보였다.

"헤, 그렇구나. 듣자 하니, 수도원에 엄청 강한 악마가 나타났다지? 우리 가 거기서 살아난 거 자체가 기적이라며?"

"응, 그랬지."

"그럼 됐어. 이 정도면 운이 엄청 좋았던 거네."

"응......."

다샤는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짤막해진 라미라의 팔을 계속 보 고 있자니 묘하게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어쩐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린 것만 같은 불안감과 허전함.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답답함과 당혹감. 그리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약간의 그리 움........

하지만 며칠간 고민하고 또 고민해도, 다샤에게는 도무지 그날 있었던 일에 관해 짚이는 바가 없었다.

* * *

결과적으로 그 선택적 기억상실은 다샤나 고아원 아이들에게 있어 무척 다행한 일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델크로스에서 파견된 성기사들이 임 시 거처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빳빳한 정복을 차려입은 남녀 이인조의 인퀴지터였는데, 고아들 을 하나씩 방으로 불러 그날의 일에 대해 자세히 추궁했다.

"그래서. 너 역시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는 말이냐?"

"네, 동관 건물이 갑자기 폭발한 건 생각나요. 동시에 눈앞이 검은 안가 로 뒤덮였죠. 그 뒤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다샤는 대답하면서도 제법 긴장했다. 그럴 수밖에. 자칫 잘못하면 그 악 명 높은 이단재판부에 끌려갈지 모르는데.

"그래. 그럼 하나만 더 묻도록 하지. 마티유 수도원장에 대해서 네가 아 는 바를 모조리 말해 봐라."

"…네?"

다샤는 잠시 멈칫거렸다.

기분 탓인가? 수도원장에 대한 이런저런 복잡한 감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데 이상하게도 막상 그것을 밖으로 끄집어내려 하면 머릿속이 안개에 감싸인 듯 한없이 멍해지고 마는 것이다.

“잘... 모르겠는데요? 마티유 원장님을 우리가 직접 뵐 일은 거의 없었어 요. 수도원을 책임지는 분이었으니까 아마 많이 바쁘셨겠죠."

"그래도 매주 미사 시간에는 만났을 게 아니냐?"

"글쎄요? 고아원 아이들은 지저분하다고 정식 미사에 참석 못하게 하셨 어요. 그래서 주로 우리를 돌봐주신 엘리슨 사제님이 부엌에서 간단하거 약식 미사를 올려 주셨죠."

"......"

다샤를 심문하던 남자 인퀴지터는 상당히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정보가 나올 구석이 없자, 그는 마치 허락을 구하듯 벽에 기대서 있는 여자 인퀴지터를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다샤를 향해 고 개를 끄덕인다.

"그래, 알겠다. 이만 가도 좋다."

다샤는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방을 나서면서, 문가에 서 있는 젊은 여자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빙글빙글 웃는 얼굴에 비해 어딘가 묘한 냉기가 도는 눈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탁!

그렇게 방문이 닫히자-

"이건 너무 나오는 게 없으니 오히려 수상할 정도군요. 차라리 살아남은 아이들 전원을 이단재판부로 데려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남자 인퀴지터가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여자 인퀴지터에게 물었다. 그 는 이미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자신보다 한참은 어린 인퀴지터를 상대로 더없이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부디 하명하십시오. 인퀴지터 소피아."

왜 아니겠는가-

저 태평한 얼굴을 하고 있는 빨강 머리 인퀴지터는, 실은 잔인한 고문의 대가이자 숨은 이단재판부의 실세였으니.

"......”

소피아라 불린 인퀴지터는 잠시 남자에게 시선을 주고는 곧 생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그녀의 차가운 눈은 조금도 웃음기를 띠고 있지 않았지 만.

“그건 불가합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이곳에 악마 소환의 진실을 가리 러 왔습니다. 이단재판부의 강력한 힘을 애들 고문하는 쓸데없는 일에 쏟 아붓는 것이 아니라요."

"그렇다면......"

"고아들은 이대로 방면합니다.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더군요."

남자는 썩 탐탁지 않았지만 감히 그녀에게 이견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 었다.

소피아는 표면적으로는 보통의 인퀴지터였지만, 기사단장이 아닌 추기 경으로부터 직접 명령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가진 실권을 생각하면 성 마르시아스 기사단장에 맞먹는 지위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하면 그 사제 쪽은 어떻습니까?"

"사제요?"

“예, 처음 에스트로스 용냉단에 수도원장의 조시를 의뢰했다는 자 만입 니다.”

"아아, 그 하급 사제.”

소피아는 얼마 전, 심문한 사제를 떠올렸다. 급격하게 시들어 버린 육처 와 암담한 눈빛을 가지고 있던 남자.

무리도 아니었으리라. 듣자 하니, 고아들의 침식을 막기 위해 하급 사제 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성력을 쥐어짜 냈다고 했던가.

"별 소용 없을 겁니다. 예전에 그런 자를 몇 차례 본 적이 있습니다. 스스 로의 영혼을 불태우는 대가로 주신께 신성력을 빌려 쓰는 자들을요. 설마 주신께서 악마와 관련된 자에게 그런 힘을 허락하실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외에는 단서가……!"

"거기다 고문해 봤자 오래 견디지 못하고 죽어 버리겠지요. 어차피 살날 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는 그냥 내버려두십시오."

그렇게 다시가 알지 못하는 사이, 섬뜩한 운명이 그녀와 구스타프 사제 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지나갔다.

* * *

임시 거처에서 지낸지 얼마 되지 않아, 고아들은 아세인 대공이 운영하 는 새 고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다샤와 몇몇 아이들은 제외되었다. 때마침 인재를 찾는 한 남자의 눈에 띄어, 암살 집단 '오베론의 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들을 발탁한 이는 '호랑이 교관'으로 유명한 브레만이었는데, 당시에 는 아직 귓가와 후두부에 약간의 머리카락이 살아남아 있던 시절이었다.

"잘 가라, 이 시커먼 바르샤 잡것아. 틈나면 종종 연락하고."

"너도 잘 지내. 이제 흙은 그만 파먹고 말이야. 이 비루한 아나톨리아 땅 개야."

"야, 이씨! 누가 흙을 파먹었다고 그래? 누가?"

라미라와 제법 애틋한 작별을 나눈 다샤는, 그길로 오베론의 손에서 암 살 기술을 배우는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암살자의 일이 생각보다 자신의 적성 에 잘 맞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척을 숨기고 몰래 숨어드는 기술. 일격에 사람을 절멸시키는 살인 기 술.... 그것들을 갈고닦는 시간들은 한때 무력했던 고아 소녀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절실하고도 소중한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취급하는 많은 양의 정보들.

보통 사람들은 쉬이 알지 못하는, 때로는 세상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도 있는 은밀하고 강력한 정보들.

그것들을 다루는 일은 다샤에게 있어, 마치 답답한 수면 위로 목을 내밀 어 한 줌의 공기를 마시는 행위와도 같았다.

그리고, 한번 제대로 숨을 쉬게 된 생물은 다시는 캄캄한 물 밑으로 되돌 아갈 수 없는 법이다.

 

그렇게 십수 년의 시간이 쏜살같이 흘렀다.

대개의 암살자 집단은 규율이 상당히 엄격한 편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다샤는 나름의 커다란 자유를 만끽하며 기쁘게 밤하늘 아래를 누비게 되었다.

그 덕에 차곡차곡 실적을 쌓아, 같은 기수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번호'를 부여받기도 했지.

“남보다 어린 나이에 번호를 받았다고 해서 자만해서는 안 된다. 13호. 이제부터가 시작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욱 기술을 갈고닦으며 정진해 야......."

"푸하! 괜히 근엄한 척하실 필요 없습니다, 브레만. 사실 당신은 절 천재 라고 생각하시잖아요. 그죠?"

"......"

그러다 때때로 그녀의 뇌리에, 누가 남겼는지 모를 희미한 목소리가 떠 오를 때도 있었다.

 

- 다. 죽음이 풍기는 향기를 똑똑히 기억하렴. 그리고 너의 운명과, 운 명이 점지한 모든 사명들을 그에게 맡기는 거야.

 

하지만 다샤는 대수롭지 않게 그 목소리를 넘겨 버리곤 했다. 워낙 어릴 때 였던지라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데다, 그 말을 들었던 당시에도 당 최 뭔 소린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다샤는 브레만의 뜬금없는 호출을 받고 원숭이 망루를 찾았다.

"...전속 정보원이요? 이렇게 갑자기요?"

"그래. 모레스 저하의 요청이 들어왔다."

"그럼 제 밑의 다른 기수들도 많잖아요. 왜 하필이면 접니까?"

물론 어중이떠중이를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은 다샤도 이해하고 있었다. 황궁의 보이지 않는 경계 체계는 암살자들 사이에서도 삼엄하기로 유명했 으니까.

게다가 황족을 바로 곁에서 보필하는 일 아닌가. 어지간한 실력자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임무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브레만. 전 한 사람에게 종일 매여 있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인력 이라고요!"

"그러냐? 그런데 하필 그 뛰어난 인력이 지금 이곳에서 제일 한가해 보이 는구먼. 오랜만에 한 대 처맞기 전에 당장 황궁으로 움직이지 못하겠냐?"

"윽.....!"

아직도 정정한 호랑이 교관의 일갈에, 다샤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일단 황자 황녀들의 요청이 있으면 즉각 정보원을 배정하 는 것이 원숭이 망루의 규칙이니까.

'그래도 전속은 썩 내키지 않는데.......'

한번 누군가의 전속 정보원이 되면 죽을 때까지 그에게 매여 있어야 한 다.

아직까지도 황도에 돌아오지 못하고 각국을 떠돌고 있는 선배들을 보라. 1황자 오웬에게 코가 꿰여 꼼짝없이 남부 지방에 처박힌 9호는 또 어떻고.

다샤는 그들과는 달리 좀 더, 기관의 중심에서 제대로 정보를 다루는 일 을 하고 싶었다.

'거기다가......'

지금의 자신은 누가 보더라도 바르샤인의 모습이 아닌가. 능력이야 어떻 건 간에, 황족들처럼 높으신 분들이 자신의 존재를 썩 반길 리가 없었다.

잠시 매끄러운 갈색의 볼을 더듬거리던 다샤는, 진주궁으로 들어서기 직 전 복면을 쓰고 얼굴을 꼼꼼하게 감쌌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샤는 모레스 황자와의 만남에 부정적이었다.

듣자 하니 리자베스 황비를 닮아 어린 나이에도 성미가 만만찮다지? 어 쩌면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당장 정보원을 바꿔 달라며 버럭 짜증을 내 지나 않을까?

한데 다가 막 진주궁의 발코니 위에 사뿐 내려앉았을 때였다. 그녀는 후각을 자극하는 묘한 향기에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좋은 향기......'

그래. 황자의 방에서 은은한 장미 향이 흘러나온다.

그것을 인식함과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서 한동안 잊혔던 기억의 편린 이 의식의 표면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 걱정하지 말렴. 내가 너에게 작은 축언을 내려 줄게. 언젠가 네가 자신 의 이름을 무사히 되찾을 수 있도록.

 

아아, 자신의 볼을 쓸어내리던 그 우아한 손짓과, 꽃이 흐드러지듯 풍겨 오던 짙은 장미의 내음.

다샤는 뭔가에 홀린 듯 창문을 열고 황자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

그곳에 모레스 황자가 있었다.

다샤의 능숙한 오러, 은폐를 귀신같이 알아채곤, 호두까기를 똑바로 겨눈 채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어린 황자가.

"어? 기사단장님은 특별히 조심한다고 했지만, 설마 황자님 본인에게 들 킬 줄은 몰랐는데?"

막 15세가 된 소년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빈틈없는 태세다.

다샤는 내심 감탄하며 양손을 위로 들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요. 저는 적이 아닙니다."

"복면을 쓰고 그런 말 하면 설득력이 있을 거라 생각해?"

"하하, 그건 그렇죠."

다샤는 과하게 밝은 웃음을 보이며 복면을 잡아당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가 꼼꼼하게 감싸 맸던 복면을.

"......”

의외로 모레스 황자는 다샤의 얼굴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하는 양을 침착하게 관찰하며 정체를 가늠하고 있을 뿐.

일견 사나워 보이는 눈매 아래로 옅은 회색의 눈동자가 총명한 빛을 발 한다.

한데 그 예리한 눈동자가 다샤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마침내 복면을 모두 풀어헤친 다샤는, 저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던 것이다.

"안녕, 황자님. 원숭이 망루에서 브레만의 답인사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13호라는 암호명 대신, 이런 소개를 내뱉고 말았다.

"저는 다샤라고 합니다. 브레만이 보낸 황자님의 전속 정보원이지요."

알 수 없는 눈으로 그녀를 관찰하던 어린 황자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 그 녀의 이름을 마주 불러 주었다.

"그래. 안녕, 다샤.”

정해진 궤도를 이탈해 오랜 시간 유영하던 씨앗 하나가, 마침내 새로운 터전에 무사히 안착한 것을 환영하는 인사였다.